일흔이 넘은 나이에 유년의 아스라한 옛 기억의 물병을 흔들어 보니, 가라앉은 추억의 음식 중에 먼저 떠오른 것이 팥죽과 꽁보리밥이다.팥죽은 우리에게 할머니가 들려주는 옛이야기의 시작이다. 이들은 픽션이 아닌 생생한 믿음으로 어린 가슴에 새겨진다. 몇 번을 들어도 재미있는 할머니의 바보 이야기는 이렇게 이어졌다. “옛날에 어느 바보와 함께 살던 홀어머니가 돌아가셨단다. 장례식 날 이웃 아줌마가 쑤어 놓은 팥죽에 그 바보 아들이 흙을 뿌렸다는구나. 풀썩풀썩 팥죽 끓는 소리가 울 어매 욕하는 소리 같아 그랬단다. 더구나 뒷산에 가서 어머